농업의 밝은 미래를 꿈꾸는 '해밀농원 부부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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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의 밝은 미래를 꿈꾸는 '해밀농원 부부 농부'
  • 이도균 기자
  • 승인 2022.06.04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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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실 원액을 매실 음료로'
- '세계 여러 나라로 우리제품이 팔리는 미래를 꿈꾸며'

[경남에나뉴스 | 이도균 기자] 매실 열매가 여물기 시작하는 계절이 시작됐다.

봄앤향황매실
봄앤향황매실

새벽 6시면 어김없이 매실ㆍ블루베리 과원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을 한다. 예초작업이 끝난 후 거름주기 게다가 몇 달째 가뭄에 말라비틀어지는 나무들 돌보기, 올해는 부디 복숭아 시살이 좀 벌레 피해가 덜 하기를 바랄 뿐이다.

농부의 마음이 바빠진다. 물 빠짐이 수월해야 열매들이 싱싱하게 잘 자라는 블루베리 수관을 통해 관수 하면서 걱정은 다시 한 가득이다. 인건비가 너무 올라 올해는 블루베리 수확을 부부가 직접 해야 할 판이다.

매실 쪼개기 작업에 블루베리 수확시기가 겹치면서 거의 분 단위로 움직여야 한다.

농산물 가공은 어떤가. 일 년 중 이즈음이 매실청 소비가 제일 많은 시기가 아닌가. 어제 밤늦게 까지 병입 하고 스티커 붙이고 하는 일을 수동으로 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고 판단해 올해부터는 가공공장에 자동화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기존에 있던 세병기를 시작으로 충진 주입기, 캡핑기, 라벨기 라인을 구축해서 농촌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기 힘든 점도 자체 해결하고 부부 둘이서 농사짓고 가공하는 규모로 작업 효율은 높이는 그런 시스템을 만들고자 계획한 것이다.

큰 그림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고 없고의 차이는 반드시 있으리라. 그 첫 번째로 올해는 우선 반자동 라벨기를 구입하기로 했고 엊그제 기계가 들어와 시험운전을 해봤다. 작업속도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그거 하나는 한시름 놓인 상황이다.

해밀농부
해밀농부

5월 초순 어느 날, 대만과 싱가포르에 음료를 수출하는 중간 바이어로부터 매실스틱에 대한 수출판매 여부를 타진하는 전화가 왔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봄앤향 황매실 매실스틱을 수출해보겠다는 문의였다. 덜컥 겁이 났다. 지난해에 상표등록을 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판매를 시작한지 6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는 매실스틱. 물론 휴대성과 간편성 때문에 젊은 구매자들에게 인기가 있을 것으로 판단해 출시한 제품이긴 하다.

수출이라고 하니 구매량도 몇 만 단위이고 매출도 우리 같은 소농들에게는 감당이 될까 싶은 액수였다. 우선 우리 제품을 먹어봤는지 물어봤다. 그리고 우리 해밀농원을 소개했다.

우리가 어떻게 매실을 농사짓고 매실청을 만들고 HACCP인증 시설에서 어떻게 중점위해요소를 점검하고 있는지 설명을 했다.

샘플을 보내주고 해외 바이어들에게 맛을 보인 후 다시 전화를 받았다. 매실스틱이 다 좋은데 한 가지 불편한 점은 바로 먹을 수 없다는 점이라는 것이다. 차라리 매실 음료를 만들어 보라는 거였다. 대만이나 싱가포르 같은 나라는 매실음료가 생소하니 한 번에 마실 수 있는 음료라면 기꺼이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고 한다. 매실원액에서 매실음료로.

중간 바이어가 하동의 우리농장을 다녀간 후 여기저기 수소문을 해보았다. 해외수출을 위한 조건들을 기술센터에 문의해보기도 하고 음료의 파우칭 기술과 기계에 대한 검색과 자료조사도 신속하게 진행해봤다. 매실음료 사업체에 직접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해보기도 했다. 그러다 전남 영암의 한 업체에서 내가 다짜고짜 전화해 문의한 내용을 업체대표가 직원에게 전해 들었다며 직접 전화를 주었다. 우리 부부는 전남 영암의 한 공장으로 다음 날 직접 찾아가게 됐다. 우리처럼 소규모 농가가 아닌 전문 기업체라 보니 HACCP시설 규모나 설치된 장비들 그리고 물류창고가 어마어마했다.

견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우리 부부는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게 됐다. 우리 같은 소규모 농가에서 저런 라인을 다 갖추기는 어렵고 매실음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되 일단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리를 해보자는 것이었다. 바이어에게 전화를 걸어 매실음료를 생산해서 수출하는 것이 지금 당장은 시기상조라는 것을 설명 드렸다. 바이어는 해외에서 매실음료가 충분히 팔릴 수 있다는 확신을 어필하면서 아쉬워했다. 우리는 그런 판로와 시장이 있다는 것을 안 것으로 충분했다. 안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고 서두르지 않을 뿐이다.

해밀농원 전경
해밀농원 전경

매일같이 새벽부터 농사를 짓는 일도 농부의 일이고, 그 농산물을 잘 팔고 다양하게 가공해서 판로를 개척하는 것도 농부의 몫이다. 심지어 요즘은 라이브커머스가 인기이고 그러다 보니 농부가 라이브 방송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거래 밴더사와 라이브 방송을 계획 중이다.

황매실이 익어가는 6월 중순 해밀농원 매실 밭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고객들에게 우리 농장을 소개하고 우리 농산물과 가공품을 판매할 일을 생각하니 설렌다.

지난 해 12월 해밀농원은 자체 스토어 ‘봄앤향’을 네이버에 오픈해 황매실청, 매실스틱, 매실장아찌, 블루베리잼, 매실잼 등을 판매하고 있다. 네이버뿐만 아니라 카카오 스토어와 쿠팡 등에도 자체 스토어를 오픈해 고객에게 해밀농원의 농산물과 가공품을 홍보하고 판매하고 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할 수 있는 만큼 욕심내지 않고, 농사일처럼 충분한 시간과 정성을 들인 후, 지난해보다는 올해 조금 더 발전하고 있는, 세계 여러 나라로 우리 제품이 팔려나가는 미래를 꿈꾸며 큰 그림을 그리고 하나씩 실현해 나가는 강소농 해밀농원의 농부 부부가 되기를 오늘도 다짐 또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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