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도 보도 못한 진주역사-김경현의 진주이야기 100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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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도 보도 못한 진주역사-김경현의 진주이야기 100선
  • 이도균 기자
  • 승인 2024.01.19 2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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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국립대 김경현 동문이 25년 전 진주문화원에서 펴낸 책의 개정·증보판
- 진주의 옛 관공서·학교·병원·교회·봉수대·비석 등 역사의 중심에 있던 이야기들
- “궁금해지지만 그대로 잊힐 사연들, 진주 이야기가 이 책에서 다시 살아난다”

[경남에나뉴스 | 이도균 기자] 경상국립대학교(GNU·총장 권순기) 김경현 동문이 25년 전 진주문화원에서 펴낸 '진주이야기 100선'의 개정‧증보판 '듣도 보도 못한 진주역사-김경현의 진주이야기 100선'을 냈다.

김경현 경상국립대 동문과 저서 '듣도 보도 못한 진주역사-김경현의 진주이야기 100선' 표지
김경현 경상국립대 동문과 저서 '듣도 보도 못한 진주역사-김경현의 진주이야기 100선' 표지

1998년 김경현 동문이 쓰고 진주문화원에서 발간한 '진주(晉州)이야기 100선(選)'은 진주 사람들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책을 구해 탐독했다는 입소문이 돌았다.

지역의 역사를 기자의 필체로 쓴 책이 드물던 시절이다. 절판된 뒤 책을 찾는 사람도 많았다.

그 유명한 책이 전설이 된 지 25년 만에 새 옷으로 갈아입고 우리 곁에 다시 돌아왔다.

단순한 영인본이나 개정판이 아니다. 초간본이 나온 후 지난 시간만큼이나 켜켜이 쌓인 사연을 정리한 개정‧증보판이기 때문이다.

저자 김경현 동문은 경상국립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과 대학원에서 석사학위 취득 후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언론 운동과 역사 운동을 했으며,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조사3팀장을 거쳐 지금은 행정안전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 전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임종국상’(학술부문)을 수상했다(2005년).

저서로 '진주이야기 100선' 외에도 '명석면사', '일제강점기인명록I-진주지역 관공리·유력자', '민중과 전쟁기억-1950년 진주'가 있고, 편찬한 책으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보고서 보유편' 등이 있으며, '구술사로 읽는 한국전쟁'을 여럿이 함께 냈다. 앞으로 작가로서 저술 활동을 모색하고 있는데, 옛 저작을 들여다보다가 이번에 이 책을 펴내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를 먼저 소개하는 것은, 그의 글이 사실을 끝까지 찾아내고 사실의 행간에 숨은 진실을 규명한 뒤에 내놓는 역사의 고갱이임을 말하기 위해서이다.

1990년대 옛 '진주신문' 기자로 일할 때 김경현 작가는 진주의 구석구석을 오토바이를 타고 누볐다.

진주 출신이 아닌 그의 눈에 비친 진주는 어떠했을까. 그는 “가장 진주 사람이 아니었기에 가장 진주다운 이야기를 쓸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기존의 관념을 벗어난 새로운 이야기가 지면에 실렸고 그 기사를 다듬어 낸 책이 '진주이야기 100선'이다. 모두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이야기의 이면을 들추었고 확고하게 믿어온 사실에도 또 다른 진실이 있음을 알렸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보다 직접 채록한 전설이나 버려진 유물과 유적의 속살 같은 깊은 이야기들을 많이 챙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경현 작가의 '진주이야기 100선'이 새롭게 나온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희소식이다.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부족함이 많은 책이었지만 필자의 첫 저작이었기 때문에 애착이 많이 갑니다. 진주문고 여태훈 대표의 권유를 계기로 복간본 출간의 마음을 굳혀 옛 원고의 파일을 찾아내 고치고 보완하여 이렇게 증보판을 내놓게 되었습니다. 초판 당시 진주 토박이들도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라고 호기심을 자아냈던 모습을 기억하면서 ‘듣도 보도 못한 진주역사’란 부제를 달았습니다.”

“어떤 기억이라도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다면 결국 잊히거나 왜곡되기 마련입니다. 증보판을 만들면서 그때 기록하지 않았다면 지금은 도저히 알 수 없는 이야기들도 있었다는 사실이 그것을 잘 말해줍니다. 세월이 지나면 흔적은 지워지고 기억은 잊히지만 기록은 남는다는 평범한 역사적 진리가 비단 이 책의 이야기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진주의 옛 관공서, 학교, 병원, 교회와 봉수대나 문학사랑방 역할을 하던 은전다방, 구한말 진주 의병투쟁의 중심지 낙육재, 심지어 ‘진주라 천릿길’이라는 캐치프레이즈까지 온갖 것을 끌어모아 서술했던 진주 역사의 중심축에 있었던 이야기들이다.

그 속에서 많은 역사적 인물들이 스쳐 지나간다. 킹메이커 하륜 대감, 백의종군하던 이순신 장군, 진주민란의 류계춘 농민지도자, 백정의 아버지 강상호 형평운동가, 가요의 황제 남인수 가수, 한국무용사의 전설 최승희 무용수 등 불멸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저자가 졸업한 경상국립대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는다. 100선의 이야기 중에는 두 꼭지가 들어가 있다. 31번째 이야기는 경상국립대의 전신인 진주농과대학의 부속목장에 대한 것으로, 한때 대학 캠퍼스 안에 있던 동물농장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이어 51번째 진주농대 구본관(舊本館)에 대한 이야기는 경상국립대의 요람이자 산실로 역할한 칠암캠퍼스 옛 본관의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후자는 20여 년간 대학 심장부 역할을 해온 중심적인 건물에 대한 이야기이다.

진주농대 시절인 1957년 완공되었다가 1977년 경상대 시절에 철거된 구본관을 말한다. 이 구본관은 역사의 증인이다.

구본관 앞 중앙잔디밭은 대학인의 올곧은 목소리가 분출되는 민주화운동의 광장이었고, 구본관은 이러한 역사의 현장을 모두 지켜보았다.

4·19혁명 때는 일제 군수 출신의 학장 배척 운동, 1967년에는 6·8부정선거 규탄대회와 학원 정상화 성토대회, 서슬 퍼런 유신시대에는 유신철폐시위 등을 모두 지켜본 것이다.

이 책에서는 문득 궁금해지지만 그대로 잊힐 사연들, 그 사연들이 되살아난다. 과장된 공치사를 늘어놓은 공덕비는 없지만 주인에게 충성을 다한 노비를 기리는 충노비, 전깃불을 밝힌 환희를 새긴 마을기념비, 예술의 혼을 교환한 예연기념비, 좌우익 갈등과 희생을 말해주는 우익인사의 반공유적비, 해방과 함께 부순 일본인 공덕비를 왜 다시 일본에 세웠는지에 관한 사연이 있다.

이렇게 진주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이야기와 진주 사람 아니라도 누구나 공감할 재미있는 이야기 100편이 실렸다. 진주를 잘 아는 사람이든, 잘 모르는 사람이든 이 책은 진주를 알아가는 쏠쏠한 재미를 제공해줄 것이다.

1월 31일 저녁 7시 30분 진주시 평거동 진주문고 2층 여서재에서 출판기념회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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