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마루작은도서관 어린이시쓰기교실 성과물 어린이시 작품집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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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마루작은도서관 어린이시쓰기교실 성과물 어린이시 작품집 발간
  • 이도균 기자
  • 승인 2023.12.03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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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 가슴 속에 있는 불만과 생활 속 감동을 시로 풀어내다

[경남에나뉴스 | 이도균 기자] (사)어린이도서연구회진주지회(지회장 석선옥)와 경남혁신아파트 10단지에 위치한 너나마루작은도서관(관장 정현정)은 지난 10월, 어린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시로 표현하며 삶을 가꾸어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 어린이시 쓰기 교실을 개최했다.

이 행사는 커뮤니티 활성화 사업으로 LH가 지원했으며, 성과물로 43편의 시가 담긴 작품집 '내 이야기가 가장 좋은 시다'가 11월에 발간됐다.

어린이가 마음을 풀어내고 어른들이 귀기울여 줄 때 우리의 삶이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 너나마루작은도서관과 (사)어린이도서연구회 진주지회가 '시랑 놀자' 사업을 진행했다.

먼저 '동시, 알고나면 친구'는 주제로 학부모강연회(강사:김영주)를 열었고, 이어서 최종득 동시인이 지도하는 어린이시쓰기 교실을 진행했다.

수업을 이끈 최종득 동시인은 이러한 활동의 중요성에 대해 “지금 세상에서 가장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은 공부하는 우리 아이들이다. 물론 어른들도 힘든 삶을 살고 있기는 하지만 어른들은 힘들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스로 풀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그런 방법이 없다. 무엇보다 이런 아이들 가슴속에 있는 미움과 불만을 터뜨려주고 싶었다. 자기 가슴 속에 있는 응어리진 미움과 불만을 제때 제때 터뜨려서 자기를 사랑할 수 있는 마음과 힘을 가지게 하고 싶었고 이런 미움이나 불만을 터뜨려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시쓰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초등 1ㆍ2학년반과 초등 3학년~중등 2학년반으로 나눠 진행했으며 관심있는 학부모도 함께 참관하는 형식으로 진행됐고 학부모도 아이들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이야기한다.

'내 이야기', '보이는 대로, 느끼는 대로', '우리 식구', '친구, 주변 사람' 등의 주제로 시를 쓰는 시간을 가졌으며, 개인별로 시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 작품집을 완성했다.

아이들은 생활 속 불만을 마음껏 터뜨리면서도, ‘장난 아빠’라고 아빠 별명을 짓기도 하고 ‘엄마가 옆에만 있어도 좋다’고 애정을 드러내었으며, 자세히 보니 안보이는 게 보인다고 꼬마 시인의 면모를 드러내기도 하고, 계란빵 가게가 장사가 안되는 걸 걱정해서 계란빵을 사들고 가는 이야기를 훈훈하게 풀어내었다.

“가장 좋은 시는 자기만이 할 수 있는 자기 이야기. 너나마루 어린이 시인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가장 좋은 시집이 되었다. 보는 사람을 울리고 웃길 세상을 울리고 웃길 단 하나의 시집”이라고 최종득 시인이 축하글을 써주었다.

학부모로 참관한 한순녀 씨는 “아이들은 다 시인이요, 시가 생활 속에 감동과 마음을 표현한다는 걸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의 솔직한 마음들이 주는 감동에 뭉클했다.”라고 말했다.

'너와 내가 만나는 마루 공간'이라는 뜻으로 이름을 지은 너너나마루작은도서관은 2019년 11월에 개관한 아파트(경남혁신 LH10단지) 내 작은도서관으로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책’과 ‘자연’을 주제로 한 다양한 어린이청소년 프로그램과 가족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며 필사독서동아리가 활동하고 있다.

(사)어린이도서연구회는 ‘겨레의 희망 어린이에게 좋은 책을’이라는 기치 아래 어린이책을 읽고 바람직한 독서문화를 가꾸기 위해 활동하는 어린이책 문화활동단체이다.

1980년 서울양서협동조합의 모태에서 탄생한 (사)어린이도서연구회는 12개 지부와 85개 지회가 활동하고 있다.

23년의 역사를 가진 진주지회는 어린이책을 읽고 좋은 어린이책을 권하며, 책읽어주기활동을 중심으로 작은도서관활동, 우리동화책읽어주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어린이시]

 

장난 아빠 / 박재령(초2)

아빠는 맨날 장난만 치신다.
“우리 씨름하자!”
“우리 탕후루 해 먹자!”
“우리 잠자리 잡으러 갈까?”
아빠는 맨날 장난만 치신다.
제발 하루만이라도
아빠가 장난을 안 치면 좋겠다.
그래서 별명이 장난 아빠!

 

우리 엄마 / 최연서(초3)

우리 엄마 냄새는 향긋한 화장품 냄새가 난다.
그런데 우리 엄마의 화장품 냄새가
어느날 갑자기 엄마한테서 떠났다.
멀리 날아가버렸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우리 엄마는 노인재가복지사가 되기로 했다.
엄마가 일하고 왔을 때 노인들 냄새가 풍긴다.
노인복지센터에 갔다 오고 나면 나는 냄새다.
노인들 때문에 향긋한 화장품 냄새가
속상해서 저 멀리 떠난 게 분명하다.
노인들 싫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빼고 싫다.
화장품 냄새가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

 

술, 멈춰! / 조수민(중2)

우리 아빠는 요즘 1일 1술을 한다.
그래서 이제 아빠가 외식이나 계 모임에 간다고 하면
미리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아, 엄마가 또 밤에 아빠 데리러 가겠구나.’
전화로는 안 와도 된다면서
조금 뒤에 해롱해롱한 목소리로 연락이 온다.
“택시 타고 내렸는데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다.”라고.
그럴 때마다 엄마는 “아, 오늘도 또” 하면서
아빠를 데리러 간다.
이런 모습을 보면 엄마, 아빠가 과연
어떤 모습에 결혼했는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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