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서 삼베짜기 전통 명맥 잇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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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서 삼베짜기 전통 명맥 잇는 사람들
  • 이도균 기자
  • 승인 2021.07.0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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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천면 천경원, 직접 재배한 삼 수확‧찌기 등 전통방식 작업 구슬땀

[경남에나뉴스 | 이도균 기자] 경남 함양지역에서 명맥이 거의 끊어진 삼베짜기 전통을 복원 계승하려는 움직임이 일어 눈길을 끌고 있다.

천경원 물레
천경원 물레

함양군 휴천면에 위치한 천경원영농조합법인(대표 강황목‧구 도리촌)은 지난달 29일 해발 600여m 산자락에 조성한 밭에서 삼(대마) 수확으로 분주했다.

삼은 대마초 원료로도 쓰여 당국이 허가과정부터 엄격하게 관리하는 작물이다.

천경원은 지난해 허가 등 엄격한 과정을 거쳐 조성한 삼밭에서 이날부터 삼을 수확해 찌기, 삼껍질 벗기기 등 전통방식대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삼 자르기작업 중인 황태진 의장과 천경원 관계자들
삼 자르기작업 중인 황태진 의장과 천경원 관계자들

이날 삼베짜기의 첫걸음인 수확과 후속작업에는 황태진 함양군의회 의장과 강황목 대표, 직원, 체험객 등 30여 명이 참석해 최근 접하기 어려운 전통 체험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천경원은 이날 수확한 삼을 이용해 삼삼기, 물레에 돌려 베날기, 베메기 등 전통방식으로 삼베를 짜고 천연염색까지 할 예정이다.

지역 어르신들이나 관련문헌 등에 따르면 함양군은 예로부터 면화 재배와 삼베 ‘길쌈’ 일이 성행한 곳이다.

삼 찌기
삼 찌기

이에 따라 '베틀노래'나 '물레소리', '삼삼기소리', '물레질소리' 등 관련 민요가 많이 전해온다. 이웃 거창군 역시 삼베일이 폭넓게 행해져 많은 삼베일소리가 전해오며 이는 경남도 무형문화재 제17호로 지정돼있기도 하다.

경북 안동의 ‘삼베짜기’의 경우 지난해 초 문화재청으로부터 국가무형문화재 제140호(보유단체 : 안동포짜기마을보존회)로 지정됐고, 안동포는 조선시대 궁중 진상품으로 지정될 만큼 유명하다.

강황목 대표는 “‘좌안동 우함양’에서 안동은 삼베짜기 전통이 잘 보존 계승돼오고 있는데 함양은 명맥이 끊어졌다. 지금은 보기 힘든 물레를 가지고 베를 짜려는 것도 잊혀져가는 전통 계승을 위한 것”이라며 “전세계인의 밥상에 전통슬로푸드, 특히 이번에 우리가 강원도 횡성에서 가져온 황실간장과 직접 담근 간장 된장 등을 올리고 전통옷감으로 만든 속옷과 잠옷을 입히겠다는 소망을 이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껍질벗기기
껍질벗기기

덧붙여 그는 “우리 민속에 지리산 마고할미나 삼신이란 명칭이 많이 나오는데, 삼신은 ‘삼(대마)을 짓는 신’이란 의미도 있다. 단순히 전통의 보존 계승뿐만 아니라 우리가 삼 재배와 활용에 주목하는 이유는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천경원 관계자는 “우리는 삼의 의류로서의 활용뿐 아니라 식품적 활용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삼씨(햄프씨드 Hemp Seed)는 오메가3 지방산 등 다양하고 뛰어난 영양성분으로 미국 타임지 등에서 ‘세계 6대 슈퍼푸드’로 선정되는 등 앞으로 식품 트렌드를 선도하게 될 식재료로 주목받고 있는데, 이런 점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천경원은 간장, 된장 등 전통발효식품과 전통문화의 가치를 계승하고 세계화하기 위해 6만여 평의 지리산 자락에 생태마을과 전통무예, 천연염색 체험장 등의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천경원 삼 자르기작업-껍질벗기기 준비
천경원 삼 자르기작업-껍질벗기기 준비

이 기업은 장담그기를 할 때 마을사람들을 초청해 마을잔치를 열거나 지역 다문화가족을 초빙해 ‘전통간장 만들기’ 체험을 하는 등 전통문화 보존과 세계화에 힘을 쏟고 있다.

아울러 다문화가족 초청 행사, 황실장(종자장)을 활용한 여러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며 최근엔 개평한옥마을의 정일품명가(함양객주)를 인수하고 노씨 동산정사를 임대해 정비하며 마을의 관광지화, 민속촌화를 위해서도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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