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시민이 소통, 치유, 동행의 삶에 한 걸음 더 다가가도록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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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민이 소통, 치유, 동행의 삶에 한 걸음 더 다가가도록 할 것”
  • 이도균 기자
  • 승인 2020.08.1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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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인문도시진주’ 사업 연구책임자 장만호 교수 인터뷰
- 3년간 시민·청소년·문화소외계층 대상…강좌 140회·체험행사 30개 등
- 교수·문화인·향토사학자 50여 명 참여…진주학(晋州學) 수립할 것
- “삶에 대한 성찰…자기 정체성 확립과 시민 공동체 형성에 이바지”

[경남에나뉴스 | 이도균 기자] “진주의 역사는 크게 보아 동행의 역사라 할 수 있습니다. 진주성대첩과 진주동학운동, 걸인·기생만세운동과 형평운동은 모두, 나와 남이 다르지 않고 우리가 함께 갈 때만이 진정 아름다운 곳에 다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다른 것을 오랜 시간 품음으로써 탄생하는 진주처럼, 진주는 역사적으로 상하와 좌우, 안팎이 하나가 돼 함께 가고자 하는 마음을 그 안에 키워왔습니다. 이 진줏빛 전통이야말로 인문도시 진주가 자랑스럽게 되새기고자 하는 정신의 보석입니다. 시민들이 소통과 치유의 인문학을 통해 동행의 삶에 한 걸음 더 다가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인문도시진주’ 사업에 대해 설명하는 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장만호 교수(연구책임자) @ 경상대학교 제공
‘인문도시진주’ 사업에 대해 설명하는 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장만호 교수(연구책임자) @ 경상대학교 제공

국립 경상대학교(GNU·총장 권순기)와 진주시(시장 조규일)가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공모한 ‘2020 인문도시지원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인문도시진주사업단’(사업단장 장만호 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은 3년간 국비 4억 800만 원과 시비 1억 5000만 원을 지원받아 진주의 역사·문화·문학·예술 등 우수한 인문학 자산을 발굴하고 이를 시민들에게 전파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사업단장인 장만호 교수는 “이번 ‘인문도시진주’ 사업을 통해 진주시민들이 소통, 치유, 동행의 삶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만호 교수는 “시민·청소년·문화소외계층을 대상으로 강좌 140여 회와 체험행사 30개를 마련하고 진주인문매개자 양성과정을 개설해 지역의 인문학 인력을 양성할 것”이라면서 “이 외에도 인문축제, 인문콘서트, 작은 음악제, 학술대회, 포럼 등을 개최하고 해당 분야의 교수·문화인·향토사학자 등 50여 명의 인문학 전문 인력이 참여해 진주를 인문 정신이 깃든 도시로 만들고 진주학(晋州學)의 수립에 이바지할 계획이다.”라고 강조했다.

사업단장 장만호 교수에게서 ‘인문도시진주’ 사업의 목적과 추진내용, 기대효과 등을 알아본다.

이번 사업의 브랜드명은 ‘인문학, 진주를 품다’인데 무슨 뜻인가.
☞ ‘인문학, 진주를 품다’라는 사업단의 브랜드명은 말 그대로 인문학이 지닌 가치와 효능을 통해 진주시민을 따뜻하게 품어 안는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품다’라는 단어에는 ‘탄생시키다’, ‘키우다’, ‘품속이나 가슴에 대어 안다’, ‘마음속에 가지다’ 등의 의미가 내포돼 있는데, 우리의 안과 밖에 존재하는 다양한 타자들과 가슴을 대어 만나며, 그들과 함께함으로써 ‘진주’처럼 빛나는 인문도시의 시민으로 ‘다시 함께’ 탄생하고자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 일종의 언어유희지만, 인문학이 진주(晋州)를 품음으로써 진주(眞珠)처럼 빛나는 도시로 탄생되길 염원하는 바람이 담겨 있는 셈이다.

‘인문도시진주’ 사업을 추진하는 목적은.
☞ 이 사업은 경상남도를 대표하는 국가 거점 국립대학교인 경상대학교와 경상남도 서부권역의 거점 도시인 진주시 간의 인문학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해당 지역의 인문자산을 발굴, 시민들에게 전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사업을 통해 ‘인문·역사·문화 도시’로서의 진주를 브랜드화하는 한편, 시민들이 소통, 치유, 동행의 삶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인문도시진주’ 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 인문도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풍부한 인문 자산과 지역 내 갈등 해소를 위한 인문학 대중화의 필요, 지자체의 수행 의지 등이 종합적으로 부합한 때문이다. 진주시는 인문·역사·문화·사회 등 모든 면에서 인문도시 사업을 수행하기에 최적의 도시이다.

진주시를 생각하면 ‘진주대첩’과 ‘촉석루, ‘논개’가 떠오르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진주는 외세에 대한 항거의 역사를 자랑스러운 지역 전통으로 삼고 있다. LG그룹과 효성그룹의 창업주들이 탄생하고 삼성그룹의 창업주가 유년 시절을 보낸 지역으로서 상업정신이 일찍부터 발아한 지역이다.

또한 과거 경상남도의 도청 소재지로서 경상남도의 중심 도시 역할을 수행하다가 도청이 이전해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박탈감과 소외감을 느낄 만했다. 현재 진주시는 1995년 진주시와 진양군의 통합으로 14개 동, 1개 읍, 15개 면, 인구 35만여 명으로 이루어진 도시이면서 새롭게 지정된 혁신도시가 입주함으로써 ‘혁신도시>구(舊)도심>읍면’의 순으로 경제 및 문화적 위계 관계가 형성되어 가고 있다. 타자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위한 노력이 우리 시대 인문학과 인문정신이 수행해야 할 중요한 일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상황들은 진주를 인문도시로 새롭게 조명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데에는 개인적인 이유도 있다. 해당 사건을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지만, 진주에서 전국의 이목을 끌 정도의 문제들이 발생할 때마다 안타까움을 느꼈다. 진주시민의 일원으로서, 인문학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일종의 책임의식과 부채의식을 갖게 되었던 것이 이 사업에 공모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이다.

그 같은 사건들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사회적 배려와 제도적 장치가 좀더 견고하게 마련돼야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시민들이 ‘사람살이’와 ‘세상살이’에 대해 고민하고 성찰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특정 계층이나 집단의 사람들을 ‘타자’라는 이름으로 편가르지 않는 관용과 포용의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인문도시진주’ 사업이 유독 ‘동행’을 강조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었다. 인문학이 이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단언하는 것은 지나친 자기 과신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인문학의 직무유기가 될 것이다. 조금이나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고 꾸준히 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인문도시진주’ 사업이 진주시민의 인문학적 삶을 위한 작지만 의미 있는, 무엇보다 꾸준한 사업이 되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경상대학교가 인문도시 사업을 추진할 만한 충분한 역량이 되는가.
☞ 경상대학교는 통영(1년간), 사천(1년간), 하동(3년간)을 대상으로 인문도시사업을 수행해 왔다. 다년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인문도시 사업을 진행할 역량을 충분히 축적해 왔으며, 이와 더불어 지역 특성에 걸맞은 인문 프로그램들을 개발해 왔다. 사업단은 ‘인문도시진주’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019년 가을부터 사업의 브랜드와 핵심 가치의 수립, 활용 가능한 인문 자산의 조사와 수집, 진주시청 및 관련 단체들과의 협업 체계 구축 논의 등을 장기간 진행해 왔다.

‘인문도시진주’ 사업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가.
☞ ‘인문도시진주’ 사업은 크게 인문강좌, 인문체험, 인문축제, 인문포럼 및 학술대회, 특성화 프로그램 등으로 나뉜다.

인문강좌는 시민·청소년·임대아파트주민·학교밖 청소년·면단위 주민들을 대상으로 소통(1년차), 치유(2년차), 동행(3년차)의 가치를 이해하고 체화하도록 구성했다. 인문체험 프로그램은 ‘희희낙락’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한다. 말 그대로 즐거운 체험이 되도록 구성했다. 인문강좌에 포함된 유·무형의 인문·역사·문화 자산과, 강좌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시민들에게 인문학적 사고와 방법을 전달할 수 있는 인문·역사·문화 자산들을 체험의 내용으로 구성했다.

대표적으로 ‘상업정신의 도시 진주, 인문보부상 이끌고 지수(LG그룹 창업주인 구씨와 허씨, 효성 그룹 창업주의 고향)를 탐방하다’, ‘꽃피는 봄 남강 둑길 걸으면서 진주를 동행하다’, ‘진주역사 골든벨, 우리 반 역사쟁이 대장뽑기’, ‘촉석루에서 풍류방을 만나 치유를 경험하다-촉석루에서 들어보는 정가(正歌)’, ‘시와 함께하는 작은 음악회’ 등이 있다.

최근 진주시에서 이야기되는 ‘진주학’과 ‘인문도시진주’ 사업은 어떤 연관이 있는가.
최근 진주 내에서 진주의 역사·예술·문화·인문 자산 등을 발굴하고, 이를 학문적으로 체계화함으로써 진주시를 문화도시로 브랜드화할 방안을 찾고자 하는 바람이 있는 듯하다. 소위 ‘진주학’이 그것이다. 진주학이라고 하면 진주 자체를 하나의 연구대상으로 삼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진주의 역사·문화·예술·지리·건축 등 시간적·공간적으로 진주를 구성하는 것들을 연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연구의 핵심은 진주의 정체성을 해명하는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진주의 모습을 준비하는 것에 있다. 자연히 다양한 학문 분야와 진주시민의 삶까지 포괄한 학문체계를 구축해야 하며, 학문적 영역을 넘어 진주시민의 생활과 경제에까지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도록 문화콘텐츠와 문화산업으로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

일차적으로 ‘인문도시진주’ 사업은 진주의 인문학을 시민에게 전파하는 것이고, 진주학은 진주를 학문적으로 구성하는 것에 목적을 두겠지만, 서로 고립된 사업은 아니다. ‘인문도시진주’ 사업은 인문학의 전파를 위해 인문학적 자산을 발굴해야 하고, 진주학은 자신의 성과를 시민들에게 전파하고 보완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 말하자면 양자가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해 ‘인문도시진주’ 사업의 계획서에는 진주학의 수립을 위해 진주시청 및 관련 단체와 지속적으로 노력하기 위한 내용이 담겨 있다. 지역학 관련 연구자들, 시청의 문화 관련 담당자들과 함께 지속적인 세미나와 학술대회를 개최함으로써 진주학의 수립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그 외 ‘인문도시진주’ 사업의 특색은 무엇이 있는가.
☞ 첫째, 인문학의 대중화는 지역민들 스스로 인문학의 가치를 조명하고 지역민 주도로 이것을 확산할 때 실현 가능하다. 이에 ‘인문진주서포터즈’ 제도를 도입할 것이다. 인문진주서포터즈는 인문도시사업단이 추진하는 프로그램을 자신이 가입했거나 운영하는 누리소통망(SNS) 계정 등을 활용해 온라인으로 홍보하고, 사업단과 주기적으로 오프라인으로 만나 인문도시사업 진행 전반에 대해 논의하는 제도이다.

둘째, 사업단은 단발성 행사에 그치지 않는 인문학의 지속과 발전을 고민했다. 이에 ‘진주인문매개자 강사’를 양성하고자 한다. 인문매개자 강사 양성 프로그램은, 우리 사업단이 ‘인문도시 하동’ 사업을 통해 전국 인문도시 최초로 시도한 사업으로 그 성과와 평가가 높다. 이 프로그램은 교육 과정을 이수한 시민 스스로 인문학 관련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교육하고 이를 실행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일종의 인문학 기획 및 발굴 인력 양성 사업인 셈이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 이번 사업에 함께하는 진주지역 기관·단체는 모두 32개이다. 인문학과 연관되는 진주지역의 대부분의 기관·단체가 함께한다고 보면 된다. 인문강좌의 경우 경상대학교 교수·강사, 그리고 향토사학자, 예술가, 문화기획자와 같은 대학 외부 전문인력 등 50여 명이 참여한다. 소통, 치유, 동행의 삶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데 도움이 되는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것이다.

‘인문도시진주’ 사업을 통하여 최종적으로 기대하는 효과는 무엇인가.
☞ ‘인간다움’과 ‘인간다운 삶’에 대한 성찰과 재인식의 계기를 제공해 타자에 대한 이해를 통한 자기 정체성의 확립에 일조하고, 더불어 사는 시민 공동체 형성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진주 지역의 정체성 확립, 건전한 시민정신 배양, 개인주의와 지역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인문학의 내면화와 생활화를 유도해 인문학의 대중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진주학’의 수립을 통한 ‘법정 문화도시’ 선정의 기초 제공을 통해 지역 문화를 창달하고, 진주의 역사·문화·인문 자산의 발굴과 개발을 통한 인문학 확산과 지속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문화소외계층의 자기 긍정 유도와 트라우마의 극복 기회를 제공할 수 있으며, 실질적인 체험과 높은 수준의 공연 관람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인문학에 대한 체화된 지식을 습득하고 문화 격차 해소에도 일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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