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국립대 김상표 명예교수 10번째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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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국립대 김상표 명예교수 10번째 개인전
  • 이도균 기자
  • 승인 2022.08.22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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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재발명을 위한 실존적, 정치적, 예술적 몸짓을 보여주는 개인전
- ‘사랑의 윤리학: 몸, 에로스, 그리고 타자’
- 22.~9. 1. 서울 한벽원미술관(월전미술문화재단 초대전)

[경남에나뉴스 | 이도균 기자] 경상국립대학교(GNU·총장 권순기) 명예교수인 김상표 화가의 10번째 개인전이 22일부터 9월 1일까지 서울 삼청동 소재 한벽원미술관(월전미술문화재단 초대전)에서 열린다.

김상표 명예교수와 작품 ‘Eros-Two Dancers(1-4)_캔버스에 유채_193.9×130.3cm_2022’
김상표 명예교수와 작품 ‘Eros-Two Dancers(1-4)_캔버스에 유채_193.9×130.3cm_2022’

김상표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사랑의 윤리학 : 몸, 에로스 그리고 타자’라는 주제를 내걸고 ‘우리 시대에도 진정한 사랑은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화두를 세상에 던진다.

우리의 생명은 새로움을 무한히 생성할 수 있는 잠재적 힘을 내장하고 있다. 이 잠재적 힘이 억압되지 않고 새로운 삶의 차이를 생성하는 흐름을 형성해갈 때 우리는 기쁨과 행복을 느낀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이기주의와 나르시시즘의 팽배, 인간을 도구화하고 수단화하는 경향의 증대, 타자를 자신과 동일화하는 욕망 속에서 힘없는 자들에 대한 억압과 배제, 이러한 것들이 우리 사회의 풍속화를 구성한 지 오래다. 여기서 어찌 진정한 사랑을 논할 수 있겠는가? 사랑이 종말을 고하는 이 시대에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랭보의 말처럼 사랑을 재발명하기 위한 투쟁임을, 김상표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진정한 사랑은 어떠한 동일성으로도 포섭되지 않는 차이에서 시작된 새로운 사랑의 공간을 구축하는 것이다.

최초의 다수인 둘의 세계를 창조해내는 에로스적 사랑은, 이상적으로는 극단적인 모든 차이마저 통합해 내는 공동체라는 완전히 다른 사회를 향한 혁명적 욕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공간과 세계와 시간이 사랑에 부과하는 위험들을 무릅쓰고 그 모험을 지속하겠다는 선언과 충실성이 없다면 이러한 사랑은 불가능하다.

사랑은 위대하지만 힘겨운 모험이다. 그래서 사랑의 재발명을 위해서는 예술적 몸짓, 실존적 몸짓, 정치적 몸짓 이 셋 모두를 포함하는 모험을 떠나야 한다. 김상표의 10회 개인전인 이번 ‘사랑의 윤리학’ 전시도 이런 맥락 위에서 이루어졌다.

먼저 사랑의 주체로서 김상표 화가는 지금까지 사랑의 윤리를 붙잡고 어떠한 실존적 몸짓을 해왔는지를 물었다.

사랑예찬-나와 너, 사랑예찬-우리, Eros, Eros-Two dancers 등 100호 이상 20여 점의 작품들에 에로스적 사랑에 대한 작가의 그동안의 경험과 실존적 고민을 담아냈다.

충돌과 뒤섞임 속에서 환희와 고통를 번갈아 가며(혹은 동시에) 체험할 수밖에 없는 사랑의 모순적 구조들, 함께 생명의 숨결을 나누면서 아토포스적 연인의 무한에 다가가고자 하는 안타까운 열망들, 고독하고 이기적인 자아를 벗어나 사랑의 공동체를 통해 구원받고자 하는 수많은 바람들. 김상표 작가는 ‘사랑의 공동체-되기’를 향한, 나와 너, 우리의 무한한 수행적 움직임들을 춤을 빌려 표현했다.

다음으로 김상표 작가는 둘의 무대를 넘어 다수를 향한 세계로의 열림 속에서 사랑의 주체들인 나와 너, 우리는 어떠한 정치적 몸짓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를 물었다.

연대하는 신체들인 장애인들의 시위 장면을 ‘we exist’라는 제목의 5점 연작으로 다루었다. 여기에 농아임에도 무용수로서의 삶을 성공적으로 살아내고 있는 카산드라 베델의 초상화도 4점 출품했다.

우리 모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상호 존재(inter-being)라는 점을 받아들인다면,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차별적 구분은 동일성의 폭력 속에서만 가능한, 상상적인, 심지어는 이데올로기적인 것에 불과할 뿐일지도 모른다.

통일과 전쟁을 다룬 작품도 100호 이상 8점이 출품된다. 남북은 물론이고 전 세계를 언제든 파국으로 몰고 갈 국지전이 발발할 위험이 상존하는 현실에서 ‘생명, 사랑, 평화’의 가치를 묻는 것으로 에로스적 사랑에 대한 문제의식이 확장됐다. 아나키즘을 표현한 작품들도 출품됐다.

김상표 작가는 저항과 불복종의 아나키즘 정신이야말로 사랑의 재발명을 위한 실존적 몸짓과 정치적 몸짓의 바탕이라고 믿기에 이를 100호 3점의 작품에 담아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실존적 몸짓과 정치적 몸짓을 담을 수 있는 예술적 몸짓을 어떻게 해나가고 있는지도 작품들에서 드러내려고 노력했다. 김상표 작가는 작업노트에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수행성으로서 화가-되기’를 향한 나의 모험은 코드화된 체계에 사로잡힌 회화를 해방시키고 촘촘히 짜여진 권력의 그물망에 포섭된 나의 몸을 자유롭게 하는 것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 퍼포먼스 회화를 통해 그림과 그림 아닌 것의 경계에서의 그리기를 시도했다. 이와 같은 ‘수행성으로서 화가-되기’의 결과물인 40점의 그림들은 관람객들에게 원초적 몸에 배태된 아나키즘적 리비도의 떨림이라는 경험을 선물함으로써 그들에게 삶과 사랑을 재발명하고 싶은 의욕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사랑의 윤리학’이라는 제목을 내건 이번 10회 개인전에서 김상표 작가는 ‘주제’와 ‘스타일’양 측면에서 인간의 자유와 해방을 위한 그의 무모한 모험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입증해 보인다.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다음과 같이 외친다. “I AM ANARCH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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